나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일

뚝섬공원을 한 바퀴 뛰었다.
러닝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숨을 고르니, 한강 너머 네온이 펼치는 장관이 눈을 채웠다.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특별해지는 일은 단 하나의 번쩍임이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제자리를 찾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조화에서 온다.
작은 습관, 쌓인 시간, 다듬은 기술, 곁의 사람들, 때맞춘 우연—그 모든 것이 맞물릴 때 우리는 비로소 특별해진다.
그렇다면 그 장관을 채우기 위해서 나는 이 중에 무엇이 될것인가?
유별나게 화려한 스펙도, 운 좋게 얻은 타이틀이 있는것도 아니다.
내가 믿는 차별점은 “배운 건 바로 써먹고, 써먹은 건 기록하고, 기록한 건 제품으로 바꾸는 습관”이다.
아주 사소한 것도 흘려보내지 않고 나한테 맞게 프로그램화하는. 이게 내 무기라면 무기일까.
추석 연휴엔 재미 삼아 모니터링 페이지를 만들었다.
재고를 주기적으로 긁어 오고,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카트에 담아 두는 아주 소박한.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막상 돌려보니 배운 게 많았다.
- 크롤링 주기를 어떻게 잡아야 서버에 민폐를 안 끼치면서도 알차게 확인할 수 있는지,
- 성공/실패했을 때 재시도 로직을 어디까지 자동화할지, 더 나아가서 웹훅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을지?
- 무엇보다 내가 실제로 쓰는 도구여야 이랬으면 더 좋겠는데? 저러면 더 좋겠는데? 하면서 좀 더 디테일한 부분도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작다 = 하찮다”가 아니라 “작다 =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한 사이즈라도 제대로 작동하면, 그게 바로 다음 실험의 연료가 된다.
연휴 때 부산에 내려가서 개발자 친구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명확해졌다.
실사용자에게 배포하고, 트래픽을 받아 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경험.
이게 지금 내 인사이트와 공부에 가장 필요한 단계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만 쓰면, 코드는 예쁘지만 현실은 모른다.
사용자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오고, 엣지 케이스가 터지고, 로깅이 말이 안 되는 곳에서 불이 나고, 알람은 밤 2시에 울린다.
그걸 겪고 나면 설계가 달라질것이다. 겉으로 티는 안 나도, 뼈대가 단단해질거라
기능이 100이면 15만. 하지만 15는 반드시 돌아가게 할 것 ,
로그, 메트릭, 사용자 피드백을 매일 한 줄이라도 기록 ,
욕심을 덜고, 오늘 발견한 문제를 오늘 끝내기,
재사용 가능한 모듈로 쪼개서 다음 프로젝트의 기반으로.
가능하면 사용 가능한 형태로 마무리한다—CLI, 작은 웹도구, 자동화 스크립트, 템플릿…
서로 호기심을 주고받고, 때로는 삐걱거리고, 그래도 계속 만나 보게 되는 관계. “조금만 더 파면 뭔가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매일을 움직인다.
“조금만 더 일찍 개발을 배웠으면” 하고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런데 늦게 배운 만큼, 배운 걸 바로 제품으로 바꾸는 속도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스택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손에 있는 지식으로 만들어 보고, 모자란 부분은 사용자와 로그에게 배운다.
한강 물은 밀려오고 밀려가지만, 전체로 보면 강은 늘 한 방향으로 흐른다. 나도 그렇게 가고 싶다. 작아도 앞으로.
눈앞의 실험 하나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사람들 손에 쥐여 주고, 그 다음의 연료로. 그 꾸준함 자체가 나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믿는다.